아동 학대 악순환..전문가 "정부, 땜질식 뒷수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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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악순환..전문가 "정부, 땜질식 뒷수습 문제"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2.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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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 된 딸을 혼자 집에 남겨둔 채 외출해 숨지게 한 친부모(2019.4)

#부부 싸움을 하다가 두 살배기 자녀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친부모(2019.06)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난감으로 머리를 때린 어린이집 원장(2019.8)

정부가 계속되는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아동보호체계에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는 굿네이버스(Goodneighbors)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같은 민간단체가 아동 학대 발견 시점부터 현장을 조사하고 사후 관리 업무까지 도맡아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지금껏 이슈 쫓기에만 급급했던 정부가 갑자기 모든 아동 학대 사건의 해결사로 나설 만큼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아동보호학회 주최로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아동보호학회 주최로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아동 학대, 2만2600여건..10년 전 대비 10배 증가

문영희 한국아동보호학회 회장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는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고 민간부문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상당 부분 민간에 맡겨져 있던 학대∙시설 아동 보호 등의 업무를 국가와 각 지자체가 책임지기로 했죠.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이전에도 정부는 민간단체와 손잡고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2곳으로 10년 전보다 3.6배나 늘었으며 아동 보호 정책도 생겼습니다.

또 아동복지법과 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법적 근거로 마련했고요. 아동 학대를 가정 내의 문제로만 보던 인식을 없애고 학대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그 근거로 피해 아동 발견율이 늘어났다는 걸 들었는데요. 지난 2001년 0.18%에 불과했던 피해 아동 발견율은 10년 만에 무려 16.6배(2.98%)나 늘어났습니다. 그간 은폐됐던 아동 학대 사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에도 아동 학대가 뿌리 뽑히지 않고 되레 늘어났다는 걸 방증합니다.

연도별 아동학대사례 건수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출처=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 자료 참고)
연도별 아동 학대 사례 건수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출처=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 자료 참고)

'2만2604건' 지난해 집계된 아동 학대 건수입니다. 10년 전 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요.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지난해 3만3532건으로 10년 전 보다 2배나 증가했습니다. 

학대로 인한 사망사고도 적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 학대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32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28명으로, 매달 2명이 넘는 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실-법 '괴리' 존재.."실효성 있는 법과 정책 필요"

정부는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정책과 법률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왔지만 실제 학대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대 건수가 줄어들지 않는 건 법과 제도 등 모든 것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아동 학대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4년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조기 발견 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했습니다. 그전 해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울산 서현이 사건'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자 정부가 대책을 세운 겁니다. 이후 2016년 보완책도 나왔는데, 예산 계획 하나 제대로 수반하지 못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동복지법과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거의 매년 개정해 왔지만 비슷한 학대 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드러날 때만 이를 반영한 개정안을 만들어 여론을 잠재우고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 교수는 "그간 국가가 아동 학대 근절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아동 학대가 뜨거운 감자가 돼야 살살 피해가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흉내만 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정부가 모든 학대 아동을 책임지겠다며 호기롭게 선언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두고 민간단체들이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민간단체들은 △아동 학대와 관련된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 의심 △피해 아동을 위한 충분한 인력 확보의 어려움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 증가 △피해 아동이 아닌 관료 중심의 행정 위험 △중앙정부의 의무 회피 우려 등의 이유를 들며 다시 한번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발표자는 "공공성 강화는 좋지만 과연 사명감을 가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민간단체와 비교했을 때 일반 공무원이 그만한 열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 중 일부(보호), 출처=보건복지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중 일부(보호), 출처=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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