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운동장 나오다 '끼익'..주차장법서 학교 제외 "천만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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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운동장 나오다 '끼익'..주차장법서 학교 제외 "천만다행"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1.2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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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저녁 9시 경기도 한 지역의 A초등학교 앞에 섰습니다. 가로등이 띄엄띄엄 있는데다 불이 밝지 않아 길에 다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 누군가 걸어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여 주시하는 순간 자동차 한 대가 전조등이 번쩍이며 제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사고가 났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해집니다.

'학교 주차장 개방법(주차장법)'이 국회 본회의 심의를 하루 앞두고 수정됐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면 학생들이 위험해진다며 거세게 반발한 학부모와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한 건데요.

올리브노트에서 주택 밀집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5곳의 주차장과 주변 통학로를 직접 다녀온 결과, 해당 법이 수정된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출근 차량과 등교 학생이 뒤섞인 학교..'위험천만' 

한밤중 학교에 주차된 자동차들
한밤중 학교에 주차된 자동차들

저녁 9시에 둘러본 초·중·고등학교 5곳 중 3곳은 교문이 닫혀 있었고 2곳은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열려 있었습니다. 

A초등학교는 늦은 시간인데도 교문이 열려 있었는데요. 2시간 전에만 해도 학교 관계자가 전부 퇴근을 한 것인지 교내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었는데 다시 가보니 차량 2대가 주차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교문 바로 안쪽에 말이죠. 만약 이 자동차들이 등교 시간 이전에 나가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교사인 유미혜(38세) 씨는 "출근 시간이 등교 시간과 맞물리면 아이들의 등굣길이 위험할 수 있다"면서 "운동장이 주차장으로 개방됐다면 학교 안에서 조차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건 물론 사고  확률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B초등학교와 C초등학교 D중학교는 교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교문과 학교를 둘러 주차된 차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학교 앞 주차금지'란 표지판은 있으나 마나 한 상태였는데요. 교문까지 가려면 주차 간격이 좁은 차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교내에 진입하지 않고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 자동차들.
교내에 진입하지 않고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 자동차들.

날이 밝은 뒤 전날 방문했던 초·중·고등학교 5곳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B초등학교를 제외한 4곳의 초등학교에서는 정문을 오고 나가는 차량이 꽤 보였습니다. 그중 몇 대가 학교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닥뜨려 위험천만한 순간이 몇 번 포착됐습니다. B초등학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밖 스쿨존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A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이우영(34세) 씨는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주차장이 있어 계속 자동차들이 왔다 갔다 해 불안하다"며 "조금 둘러 가지만 아이들에게 무조건 후문으로만 다니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과후나 주말에도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아 교내 주차장을 외부인에게 개방했다면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다른 사고의 위험도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학교 안도 위험.."학생 안전위해 외부 차량 출입 통제 법규 필요"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안전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인 '민식이법'이 가까스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관련기사 울고 있는 '민식이법'..여전히 위험천만한 '어린이보호구역')

그 외에도 아이들의 교통 안전을 위한 여러 법안들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올리브노트가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학교 안도 상황이 다르진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지나가던 여고생을 친 사고가 벌어져 논란이 됐고요. 학교에 들어온 납품 화물차가 후진하면서 학생을 친 사고도 있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관계자는 "학교는 유휴시설이 아닌 교육기관이며 주민편의보다 안전한 학습 환경 조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면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 스쿨존 내 교통법규는 당연하고 외부 차량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주차장 개정안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시 군 구청장에게 국공립학교 주차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이 골자였는데요. 전일 수정안에 합의하면서 개방 주차장 지정 대상에서 학교는 제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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