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 처방-투약 일원화 지침..20만 난임 여성 '주사 난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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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복지부, 처방-투약 일원화 지침..20만 난임 여성 '주사 난민' 되나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1.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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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 거주하는 최현진 씨는 서울에 있는 난임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 씨는 집과 난임병원의 거리가 너무 멀어 난임병원에서 주사제와 주사의뢰서를 받아 집 근처의 한 병원에서 주사를 투약하곤 했는데요. 최근 해당 병원으로부터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주사제를 투약해 줄 수 없다'면서 투약 거부를 당했습니다. 최소 2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해당 주사제를 맞아야 하는 최 씨는 온 동네를 수소문해야 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부터 투약의 전 과정을 일원화시키는 지침을 내면서 난임 부부들의 걱정이 한시름 깊어졌습니다. 난임 여성들은 "난임 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지침"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의 난임 지원이 많아지기는커녕 난임 치료가 점점 더 어렵게 바뀌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난임병원에 붙은 안내문

◇난임 여성 '주사 난민'으로 병원 전전

최근 대형 난임병원들이 환자들에게 '주사제를 처방받아 구입한 의료기관이 아닌 타의료기관에서는 투약이 불가능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난임 여성은 난임 시술 기간은 물론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4~8주가량 매일 같은 시간에 착상보조주사제(프로게스테론)를 맞아야 합니다. 프로게스테론 주사는 배란 이후 자궁 내막을 유지하면서 수정란의 착상을 돕고 유산을 방지하는 주사인데요. 엉덩이에 놓는 근육주사로 잘못 놓으면 엉덩이가 딱딱하게 굳고 하반신 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환자가 스스로 주사하기 어렵고 전문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의 지침으로 난임병원과 집 또는 직장의 거리가 먼 난임 여성들은 주사 투약이 가능한 근처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주사 난민' 신세가 됐습니다.

39세 난임여성 이모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매일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면서 "직장 때문에 면에 거주하는데 시골에 살면 난임 시술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서울의 한 난임병원에 다니는 박모 씨 역시 "집 근처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싶으면 그 병원에 같은 주사가 있는지 혹은 주사 의뢰서를 가져가면 투약을 해주는지 등을 환자 개인이 일일이 찾고 확인해야 한다"며 "근래 들어서 주사 난민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임여성이 맞는 프로게스테론 주사제

◇"보건소에서 주사 놔 주면 안 되나요?"

난임 여성들 사이에서는 '신뢰도가 높고 접근성도 좋은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놔 주면 안 되느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올해 초 서울시가 '보건소에서도 난임주사를 맞을 수 있다면 어떨까'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5115명)가 찬성했을 정도로 난임 여성들의 큰 지지를 받는 대안입니다.

하지만 보건소에 전문의를 배치하기 어렵고 의료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주사 의뢰서를 가져가도 투약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경기도의 한 난임병원에 다니는 심모 씨는 "동네 병원에 시험관 시술임을 밝히면서 주사를 놔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거절당하니 비참한 기분이 든다"면서 "난임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난임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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