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다둥맘이 왕따 당해보니.."영혼까지 병든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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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다둥맘이 왕따 당해보니.."영혼까지 병든 기분"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1.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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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 '사이버폭력 백신' 캡쳐
애플리케이션 '사이버폭력 백신' 캡쳐

"야, 카톡 바로 안 보냐? 죽고 싶어 환장했지?"

민지한테 걸려온 전화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랄 틈도 없이 카카오톡(카톡) 대화창을 확인했다. 새로 생긴 대화방에 민지가 초대한 친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화에 참여한 아이들은 내 이름을 부르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은 나와 내 가족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하며 비웃었다. 늘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이 아이들은 먹잇감을 절대 놓아줄 수 없다는 듯 다시 카카오톡 대화창에 소환했다. 

한참 대화창에서 날 욕하고, 괴롭힌 사진을 공유하며 킥킥대던 아이들은 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페이스북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휴대폰 키패드 뒤에 숨어 더 노골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내가 무릎 꿇은 모습이나 맞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자신의 휴대폰에 담았던 그 녀석들은 심지어 내가 화장실에 앉아 있는 모습까지도 몰래 촬영했다. 심지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그 아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상 밖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집 주소와 부모님과 동생의 전화번호까지 SNS를 통해 퍼졌다. 내 휴대폰으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연락해왔고 협박과 성희롱까지 받았다. 누군가 우리 집에 찾아올까 봐 겁이 났지만 내가 왕따란 사실이 부모님에겐 충격이 될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들한테 왜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걸까. 내가 세상에서 없어져야 이 괴롭힘이 끝날 것 같다. 

◇지옥같은 왕따 체험..내 아이도 혹시?

3분22초.

제가 사이버폭력 애플리케이션 '사이버폭력 백신'을 통해 직접 왕따 체험을 해보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위의 내용은 해당 앱에서 체험해보는 내용 중 일부인데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한 줄 평으로 체험 소감을 얘기하면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영혼까지 병들어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기에 만감이 더 교차했습니다. 글로 차마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슬프고 화가 나더라고요. 혹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공포감마저 들었죠.

남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사이버불링' 입니다. 사이버불링은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위예요. 디지털 기술 발달이 엉뚱하게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죠. 

전화, 카카오톡, SNS, 문자메시지까지 인터넷 공간에서 피해 학생을 괴롭힐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끝이 난 뒤에야 휴대폰의 진동이 멈췄습니다. 드디어 괴롭힘이 끝났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사이버폭력을 당하는 경험을 해본 단 하루, 심지어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 제겐 지옥같이 느껴졌습니다. 실제 수년간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체험이 끝나고 좀처럼 여운이 사라지지 않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이 앱은 단순히 왕따 체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체험 마지막에 사이버폭력 근절을 위한 △서명하기와 △상담하기란 안내창이 생기는데요. 상담하기를 누르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이트의 상담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서명을 한 뒤 짧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체험이 끝이 났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종료하려던 찰나 글귀 한 줄에 온 신경이 곤두섰는데요.

'이 끔찍한 고통, 당신은 한 번의 터치만으로 쉽게 벗어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사이버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애플리케이션처럼 터치 한 번 만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이버불링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로 가정과 학교에서 적정 연령의 아이들에게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련기사 "안여돼 휴거 주제에"..내 아이도 혹시 학교폭력 피해자?)

저처럼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앱을 통해 사이버 폭력이 어떤 형태를 띠는지, 그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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