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동반 육아휴직 가능' 정부 개선책에 혀 내두른 엄마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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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동반 육아휴직 가능' 정부 개선책에 혀 내두른 엄마 아빠들
  • 임성영 기자
  • 승인 2019.11.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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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부터는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습니다. 엄마들의 독박육아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방책인데요. 실제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 아빠들은 정부가 또 현실성은 없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정책을 내놨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내년 2월부터 부부 동시 육아휴직 가능토록 제도 개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1일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를 바탕으로 지금의 육아휴직 제도를 손질한 개선책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한 건데요.  

여태까지는 제도상 같은 자녀에 대해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복직하고 나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거나 엄마만 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할 수 없도록 한 요건으로 인해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쓰는데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정부가 해당 요건을 없앤다는 겁니다.

그러면 아빠도 육아휴직을 쉽게 쓸 수 있고 엄마의 독박육아 부담이 줄어드는 건 물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의도가 담겼습니다. 

◇부모들 "엄마도 휴직 못쓰는데 동시에? 현실 파악 못해"

하지만 실제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 아빠들은 부부의 동반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것과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선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못 하는 건 회사로 복귀했을 때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급여가 깎이거나 눈치를 봐야 하는 등의 '차별' 때문인데, 이번 개선책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점조차 파악하지 못한 졸속행정이라는 겁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명진(39세) 씨는 "육아휴직을 했다가 계속 승진이 안돼 회사를 아예 옮긴 동료가 있었다"며 "그 뒤로 우리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내겠다는 남자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아마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면서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웬만한 정책으로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난해 3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던 최도민(38세) 씨도 "육아휴직을 들어가기 전부터 상사는 물론 동료들로부터도 눈치를 심하게 받았다"며 "복직 후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육아휴직 남(男)'이라는 주홍 글씨를 떼지 못하고 있어 심란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아울러 이번에도 비교적 정부 정책이 잘 반영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장인을 기준으로 규정을 손본 것으로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워킹맘 유이은(32세) 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엄마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라며 "현실은 아직 기고 있는데 정책은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아서 괴리감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인 주세환(41세) 씨도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이어 이번 육아휴직 제도 개선책까지 중소기업 직장인에게는 언감생심"이라면서 "엄마 아빠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는 건 완전 딴 세상 이야기로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고 토로했습니다. (관련기사 준비 안된 '주 52시간' 사실상 연기..중소기업 아빠는 웁니다)

(출처=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캡처)
(출처=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캡처)

◇"둘이 번갈아 하면 육아휴직 급여 더 많이 받고 아이도 더 오래 키워"

부부가 따로 육아휴직을 쓸 때보다 육아휴직 급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는데요.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엄마와 아빠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받는 '아빠육아휴직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참고로 현재 육아휴직 급여체계에 따르면 첫 번째 육아휴직자는 휴직 후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를 받고요. 두 번째 육아휴직자는 '아빠육아휴직보너스'를 신청하면 같은 기간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250만원)를 받습니다. 나머지 기간은 육아휴직 순서와 관계없이 통상임금의 50%(상한액 120만원)가 지급됩니다.

하지만 만약 부부가 같은 자녀에 대해 동시 육아휴직을 하면 첫 3개월간 둘 다 통상임금의 80%를 급여로 받습니다. 상한액 기준으로 육아휴직을 부부가 같이 사용할 경우 첫 3개월 급여 상한액은 월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00만원 감소하는 거죠.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방민석(41세) 씨는 "아이를 키워보니 돈이 정말 많이 들더라"면서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 급여가 줄어드는데 과연 생계형 직장인 중에서 몇이나 그러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큰마음을 먹고 둘 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결심한 경우 한 명씩 번갈아 휴직을 하면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직접 키울 수 있는 데다 돈도 더 많이 받으니 대부분 이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김언주(37세) 씨는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엄마 아빠가 직접 아이를 보는 절대적인 시간도 줄어들고 경제적으로도 유리하지 않은데 누가 쓰겠냐"며 "개선책이라고 내놨는데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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