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학교폭력 처음은 학생부에 안 남는다.."학폭 장려 정책" 쓴소리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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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학교폭력 처음은 학생부에 안 남는다.."학폭 장려 정책" 쓴소리 빗발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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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인 딸이 학교 반 친구로부터 심한 욕설과 협박을 받은 사실을 알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내려진 처벌은 가해 학생에게 달랑 세 줄짜리 사과문을 쓰게 한 것이 전부더라고요. 가해 학생은 아직도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데 일부 선생님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 정말 화가 납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은지(40세) 씨

내년 3월부터 가벼운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1회에 한 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를 유보할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설명인데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가해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하 학폭법) 시행령 등 4개 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은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 방안'에 따른 것인데요. 

현행 학폭법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경중에 따라 △1호(서면사과) △2호(접촉·협박·보복금지) △3호(교내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까지 가해 학생에게 처분이 내려집니다.

이중 1호부터 3호까지는 비교적 경미한 정도의 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나 쌍방 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내려지는 조치인데요. 내년 3월부터는 1~3호 처분을 받는 경우 1회에 한해 학생부 기재를 유보해주는 것이죠. 

2회 이상 1~3호 조치를 받을 경우에는 조치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전 조치를 포함해 학생부에 기재됩니다. 학생부 기재 유보 조치는 소급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기록은 그대로 남습니다. 

학생부 기재 유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학생부 기재 유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해당 개정안에 대해 '가해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쥐여 주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성지성(39세) 씨는 "정부가 학교폭력을 뿌리 뽑으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가해 학생에게 계속해서 솜방망이 처벌만 하니 청소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김정은(36세) 씨도 "'경미한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면서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느끼는 폭력의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결국 가해 학생과 학교를 위한 법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 교원 일반 시민 등 2200여명을 대상으로 학생부 미기재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반대 의견이 59.8%로 찬성 의견(40.2%)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학교폭력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가 약화될 것이란 의견이 가장 많았고 △가해 학생 반성을 이끌어 내기 어려움 △피해 학생 보호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뒤를 이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이번 개선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는 교직원과 학교폭력 이력이 2회 이상인 학생에게는 가중 처벌을 해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원안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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