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주 52시간' 사실상 연기..중소기업 아빠는 웁니다
상태바
준비 안된 '주 52시간' 사실상 연기..중소기업 아빠는 웁니다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1.19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이럴 거면 주 52시간제 시행을 한다고 왜 소란을 떤 건가? 매일 야근해도 (포괄임금제 때문에) 수당을 못 받았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일찍 퇴근해 아이들이랑도 놀아주고 조금이라도 사람답게라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덕진(36세) 씨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을 사실상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중소기업은 정부 발표로 시행 부담을 다소 덜었다며 반기는 모습이지만, 노동계는 제도 시행이 사실상 연기된데다 특별연장근로까지 남발될 수 있다고 반발해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에는 주 52시간을 위반해도 처벌(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되지 않으니 사실상 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셈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현재 사업장 규모별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앞서 시행했죠.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될 예정인데, 규모가 작다보니 대기업보다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섰는데요. 국회 일정상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계도기간을 늘려 입법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인데요. 현재는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요건을 대폭 완화해 업무량 급증 등과 같이 경영상 사유가 있을 때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고용노동부 '주 최대 52시간제 확대적용' 카드뉴스 캡쳐
출처=고용노동부 '주 최대 52시간제 확대적용' 카드뉴스 캡쳐

이같은 정부 발표에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마다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준비가 안 됐는데 9개월 더 연장해준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귀족들만의 잔치', '중소기업 근로자는 일만 하다가 죽으란 소리', '기업 편만 들지 말고 근로자의 편을 들어달라'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역시 각각 성명서를 내고 일제히 비난을 쏟았습니다. 민주노총은 "특별연장노동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노동절망 정권'이라고 부르고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 아이를 둔 워킹맘 김소영(40세) 씨는 "몇 달 전부터 주 52시간 근로로 남편의 월급이 50만원 가량 줄었지만 일이 많아 집에서 공짜 야근을 하고 있다"며 "내가 근무하는 회사 역시 내년부터 주 52시간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생활비가 걱정이다"고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이진호(42세) 씨도 "(월급이 줄어) 생활비와 아이들 학원비까지 충당하려면 다른 곳에서 일을 더 해야 하는데 나이가 많아 추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탄력 근로제 확대나 선택 근로제 도입과 같은 보완책이 먼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