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떠나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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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떠나보내는 마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11.0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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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외임신 소견을 받은 날 밤,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자궁외임신 소견을 받은 날 밤,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21. 한밤중의 응급실

시험관 아기 시술 세 번째. 처음으로 임신 수치를 본 기쁨도 잠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자궁외임신 소견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곧바로 MTX 주사(본래 항암제로 개발된 MTX는 세포가 더 자랄 수 없도록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를 권했지만 나는 그 결정을 하루 더 미뤘다. 혹시 내일은 초음파로 아기집이 보이지 않을까? 포기할 수 없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하혈이 심해지면서 배와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가슴과 폐 어딘가까지 올라온 것이다. 날카로운 것으로 푹푹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급기야 숨쉬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출혈과 통증은 자궁외임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나팔관이 터진 걸까? 출혈이 복막을 자극하는 게 아닐까? 난임카페에서 목격한 온갖 최악의 상황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궁외임신의 95%는 나팔관 임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팔관 벽은 수정란을 받아들이고 성장시킬만한 탄력성이 없기 때문에 배아가 나팔관에 착상하면 종종 나팔관이 파열되는데 이런 경우 나팔관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낮에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주사를 맞을 걸 그랬어!

이기적(?)이게도 내 몸이 아프니까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 배아가 미워졌다. 일단 내가 살아야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을 것이 아닌가.

난생 처음 가본 응급실의 대처는 내 생각과 너무 달랐다. 시험관 아기 시술이 뭔지도 몰라서 되레 몇 번씩 와서 묻질 않나.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검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수액을 맞으면서 대기할 뿐이었다. 날을 꼴딱 새고 지쳐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22. 결정의 날

간밤에 내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 탓일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정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몇 번씩이나 초음파를 봤지만 아기집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도 나도 초음파 화면만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더는 미룰 수 없고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 내막이 너무 얇아져 임신 상태로 보기 어렵고, 이 상태에서는 임신이라고 하더라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약물 유산 방법인 MTX 주사를 맞기로 하고 주사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를 잃는 게 아닌가 하고 몇 날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했는데 주사를 이용한 약물 유산은 너무 간단해서 놀랐다. 단 3cc의 약물이면 충분했다.

아기집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건만 떠나보내는 마음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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